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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히브 12,2)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신앙의 길로 나아갑시다. facebook twitter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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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사목교서 -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2013년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신앙의 해 -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히브 12,2)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신앙의 길로 나아갑시다.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구민 모두에게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 2012년 6월 25일 착좌미사로 서울대교구 제14대 교구장 직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교구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제13대 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새 교구장으로 봉사하게 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도 교구의 교구장 직무가 저에게는 너무도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좋으신 하느님의 손길에 의탁하고, 우리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의 협조와 기도에 힘입어서 제게 맡겨진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자 합니다.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는 2011년부터 사목교서를 통해 2020년을 전망하며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2011년 10월 11일에 자의 교서「믿음의 문」을 발표하시면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저는 두 분의 뜻을 이어 받아 2013년은 신앙의 해에 초점을 맞추면서 새로운 복음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표현으로 시대적 상황과 조건에 맞는 복음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을 새롭게 복음화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복음 선포자이지만 먼저 교회 자신이 복음화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회에 속한 이들이 먼저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여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면서,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를 이룰 때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열정과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여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과의 친교에로 부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인간과 사귀시며,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인간을 부르시고 받아들이십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하느님의 초대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답하고 신앙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세례 때에 죄와 마귀와 악의 유혹을 끊어버리고, 오직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으며 그분의 뜻대로 살아갈 것을 고백하였습니다. 우리의 응답과 삶이 과연 주님이 바라시는 모습인지 자주 되돌아보고 성찰하여야 합니다. 순례하는 교회는 늘 자신이 종말의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올바로 나아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성실히 신앙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2012년에 발간된『서울대교구 본당사목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료 수집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기초가 매우 약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께 대한 굳건한 신앙으로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어서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사도 2,47) 얻었습니다. 하지만 ‘허약한 신앙’으로는 자신은 물론 세상을 복음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는 새로운 한 해 동안 합심하여 함께 ‘신앙의 기초’를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신앙의 기초를 강화하기 위하여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귀를 기울입시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교회는 언제나 성경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여 왔고, 성경 말씀을 영적 양식으로 삼아 거기서 힘을 얻습니다. 여러 교부들은 손으로 성체를 받았을 때 축성된 빵의 한 조각이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듯, 전례 중에 듣는 하느님 말씀을 헛되이 흘려버리지 말라고 충고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성경 안에서 사랑으로 당신 자녀들과 만나시며 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십니다.” 우리는 구약성경을 통해 하느님께서 어떻게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당신 백성을 구원에로 이끄시는지를 알게 됩니다. 또한 하느님께 대한 숭고한 가르침, 인생에 관한 건전한 지식과 구원의 신비를 배우게 됩니다. 신약성경은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죽음과 부활, 성령의 파견 그리고 사도들의 놀라운 신앙의 증거와 열정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 생활의 원천이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더욱 자주 읽고 묵상하며 필사함으로써 우리의 믿음이 새롭게 되고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둘째,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합시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친구간의 우정이 대화를 통해 깊어지듯이 하느님과 우리와의 친교도 기도를 통해 더욱 돈독해집니다.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의 백성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하였고 하느님의 뜻을 찾았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머무는 곳마다 주님께 제단을 쌓고 기도하였고, 모세 역시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났으며 이스라엘을 구원의 땅으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 자주 기도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사명을 이행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앞두고 기도하셨고, 열두 제자를 부르시기 전에도 기도하셨으며, 결정적으로 당신의 수난을 통해 성부께서 세우신 사랑의 계획인 십자가 사건을 앞두시고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할 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시어 가장 아름다운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승천 후에 제자들은 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성령을 기다렸고, 초대교회 공동체는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습니다.

우리는 신앙의 선조들과 기도의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초대교회 신자들의 모범을 따라 자주 기도함으로써 하루하루를 하느님께 거룩하게 봉헌해야 합니다. 아침과 저녁 기도를 통해 하루의 시작과 마침을 주님과 함께 하고, 삼종기도를 통해 시간을 성화하며, 식사 기도를 통해 일용할 양식에 감사드릴 뿐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여야 하겠습니다.

셋째, 교회의 가르침을 배웁시다. 하느님의 뜻은 교회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좀 더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해야 합니다. 교회 가르침을 공부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이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가톨릭 신앙을 알게 되면,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구원의 신비로 온전히 들어가게 됩니다.

신앙의 해가 시작된 2012년 10월 11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며 또한『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반포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은 ‘20세기의 교회에 내려진 큰 은총’이며 순례하는 교회의 방향을 알려주는 소중한 나침반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가 이천년 동안 받아들이고 지키고 제공했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교부들에 이르기까지, 또 신학자들과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신앙에 관하여 성찰하고 발전시켜 온 수많은 방법들과 신앙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성실히 공부하여 교회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서 우리의 신앙을 굳건히 다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넷째, 미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입니다. 미사성제의 은총으로 주님과 일치를 이루고 신자들 상호간의 친교를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미사에서 나누어진 하나의 빵, 곧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먹는 우리는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룹니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가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우리는 미사 중에 고백하는 신경(信經)을 통해서도 일치를 이룹니다. 미사 전례에서 사용되는 ‘사도신경’과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는 가톨릭 교회가 이천년간 간직해온 신앙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교회의 신앙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미사 중에 그 신앙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 신앙 고백을 통해 시간적으로는 신앙의 선조들과 일치를 이루고, 공간적으로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가톨릭 신자들과 일치를 이룹니다. 교회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고백하는 신경을 통해 우리 신앙은 튼튼해지고 견고해질 것입니다.

일치의 성사인 성체성사를 더욱 정성껏 봉헌하기 위해 미사 전에 성실히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또한 성체께 대한 공경은 미사 중에는 물론, 미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매우 정성스럽게 보존하고, 합당한 흠숭을 드리기 위하여 현시하거나 또는 장엄한 행렬 중에 함께 모심으로써 공경을 드렸습니다. 성체께 대한 마땅한 흠숭을 드리기 위해 성시간과 성체강복에 자주 참여하여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신앙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사랑 안에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갈라 5,6)이고,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야고 2,17)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신앙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리스도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에 나아가 사랑의 봉사를 실천함으로써 신앙을 증거해야 합니다.

신앙과 사랑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사랑 없는 믿음은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고 믿음 없는 사랑은 끊임없는 의심에 좌우되는 감정에 불과합니다.” 사랑의 실천이 없는 신앙은 공허한 울림일 뿐입니다. 또한 신앙이 없는 사랑의 실천은 쉽게 좌절되고 맙니다. 신앙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열매를 맺고, 사랑의 실천은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합니다. 사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소외되거나 배척당한 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봉헌하고 있습니다. 소외되거나 배척당한 이들의 모습 속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이 비치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며, 당신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라는 초대입니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 신앙을 아름답게 꽃 피우고 풍성하게 열매 맺어야 하겠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다음 다섯 가지 표어로 요약합니다.

1.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2.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3. 교회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4.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5.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

2013년 한 해 동안 교구민 모두가 다섯 가지 표어에 따라 신앙의 기초를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일선사목에서 수고하시는 신부님들께서 신자들 각자가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 적극 협력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신앙이 깊어질수록 주님과의 친교가 깊어져서 세상이 주지 못하는 참 기쁨과 평화, 행복을 맛보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열정을 갖고 새롭게 복음을 선포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주보이시며 신앙인의 모범이신 성모님께,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의 순교 성인들께
우리를 위해 전구하여 주시기를 청합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